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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릿빛 전선주 물들 때 즈음
속을 여매있던 검은 천이 서
회색 구름 덮어 산을 올가메
비를 거두어 내뿜네

발의 습기만 남은 바닥에서
바람이 닻을 불길 기다려
바깥 없는 방 안에서
내 입김이 나를 재우기 전에

마른 웃음을 허물어뜨리고
슬픈 표정을 애써 짓는다
마른 웃음을 허물어뜨리고
슬픈 표정을 애써 짓는다

회색빛 안개가 걷힐 때 쯤
살며시 건너오던 두 발이
나를 조여온 희미한 부스럼을
잘게 바스라뜨려

발의 습기만 남은 바닥에서
바람이 닻을 불길 기다려
바깥 없는 방 안에서
내 입김이 나를 재우기 전에

쓰라린 파도를 딛고
남은 진흙을 퍼다올라
쓰라린 파도를 딛고
남은 진흙을 퍼다담아

마저 맺힌 너울따라
바스라진 잿더미들
슬그머니 꺼낸 사진

쓰라린 파도를 딛고
남은 진흙을 퍼다올라
쓰라린 파도를 딛고
남은 진흙을 퍼다담아

하루하루 작아지는 방 속에서
날 닮아 커져가는 저 밑 틈 사이

삼켜 말을 또 다시 게워
오지 않을 시간을 기다려

하루하루 작아지는 방 속에서
날 닮아 커져가는 저 밑 틈 사이

머리칼 위에
가뿐히 올려
이마등을 타고 내려오고

참던 말을 또
조금씩 불어
우리라는 산을 만드네

삼켜 말을 또 다시 게워
오지 않을 시간을 기다려

또 다른 밤이 나를 찾아와
새어버린 색에 물을 들이네
칠흙에 덮여 볼 수 없던 사이에
싹을 틔워 끝내 나를 조여오네

삼켜 말을 또 다시 게워
오지 않을 시간을 기다려
검은 이불을 덮은 채 다시
흐르는 땀이 식기를 기다리네

오늘은 잠에 들 수 있길
오늘은 잠에 들 수 있길

마른 웃음을 허물어뜨리고
슬픈 표정을 애써 짓는다
마른 웃음을 허물어뜨리고
슬픈 표정을 애써 짓는다

구릿빛 전선주 물들 때 즈음
속을 여매있던 검은 천이 서
회색 구름 덮어 산을 올가메
비를 거두어 내뿜네

발의 습기만 남은 바닥에서
바람이 닻을 불길 기다려
바깥 없는 방 안에서
내 입김이 나를 재우기 전에

널브러진 말들에 숨을 불어
멤도는 나에게
내일을 강요하며

어쩌면 헛된 기대는
아니었겠지만
숨을 고르고 난 틈을 따라
날아가네

머리칼 위에
가뿐히 올려
이마등을 타고 내려오고

참던 말을 또
조금씩 불어
우리라는 산을 만드네

널브러진 말들에 숨을 불어
멤도는 나에게
내일을 강요하며

어쩌면 헛된 기대는
아니었겠지만
숨을 고르고 난 틈을 따라
날아가네

참던 말을 조금씩 불어
우리라는 산을 만드네

그리메따라 흘러가던 시간이
다시 돌아와 내게 물어
해질녘에 비친 그날의 허무에
이미 여럿있던 우리의 모습은
바깥 없는 방 안에서
서로를 놓을 수밖에 없었네

빈틈없이 부풀어와
해에 스며든 바람엔
이미 자릴 떠나 온기만 남긴
그 낮의 뚜렷함

잊혀져가던 순간들 속에

참던 말을 조금씩 불어
우리라는 산을 만드네
참던 말을 조금씩 불어
우리라는 산을 만드네

가지 붙들던 어둠은
새벽에 짓이겨
이미 자릴 떠나 어둠만 남긴
내 자리로 옮겨가네

살며서 꺼지던
영원의 조명은
아무도 모르게
눈을 감추고 마네

그러고 싶지 않았는데

참던 말을 조금씩 불어
우리라는 산을 만드네
참던 말을 조금씩 불어
우리라는 산을 만드네

바깥 없는 방 안에서
뱉은 숨을 들이마셔
닿지 못 할 말을하며
잠을 이루길 바라네

참던 말을 조금씩 불어
나라는 방을 만드네

방의 불이 모두 꺼진 다음
가까이 다가오는 선명함을
어디선가 새던 빗물이
다시 흐리게 만드네

낮엔 비가 돼 내리던 향기가
어둠 속 악취가 되어 내게 붙네

머리칼 위에
힘겹게 올려
그곳에 있게 놔두네

널브러진 말들에 숨을 불어
멤도는 나에게
내일을 강요하며

어쩌면 헛된 기대는
아니었겠지만
숨을 고르고 난 틈을 따라
날아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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